연해주가 우리 고대사에서 갖는 가장 뚜렷한 역사적 증거는 바로 발해의 실체다. 고구려 유민 대조영이 세운 발해는 698년부터 926년까지 존 속하며, 당나라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했던 동북 아시아의 강국이다. 발해가 설치한 5경 15부 62 주 중 ‘동경 용원부’는 오늘날 연해주 북부의 우 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를 포괄하며, 이 일대는 발해의 핵심 교통 및 군사거점으로 기 능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발견된 불상, 사찰 유적, 기와, 토기 등 다수의 유물은 연해주가 발 해문명의 중심권역 중 하나였음을 고고학적으로 또한 연해주는 말갈족의 본거지로서, 고대 북 방문화가 꽃피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말갈은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북방민족으로, 고구려와 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하는 관계를 맺었으며, 발해 건국과 유지에 있어 핵심적인 주민집단이었다. 발해는 고구려계 유민과 말갈 족의 결합으로 탄생한 국가로, 연해주는 이 두 문화가 교차·혼합된 고대 문화권이라 할 수 있 다. 이러한 문화적 융합은 연해주지역이 단순 한 변방이 아니라, 고구려계통의 문화와 북방 유목문화가 공존했던 고대사의 주요 무대였음 을 증명한다. 입증하고 있다.이처럼 연해주는 우리 민족의 고대 북방활동 기지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을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공간이다.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이 서려 있는 이 땅은, 고려와 조선 시대를 지나면서 한반도 밖으로는 점차 잊혀져 갔지만, 근대에 들어 또다시 한민족의 역사적 무 대로 부활했다. 

특히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본의 국권 침탈 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한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 고 연해주로 이주하였다. 그리하여 연해주는 단 순한 망명지가 아닌, 독립운동의 전진기지로 급 속히 떠올랐다. 낯설고 척박한 이국의 땅이었지 만, 그곳에 정착한 한인들은 단순히 생존에 머물 지 않고, 조국의 해방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실 천해 나갔다. 연해주는 단지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민족의 얼과 독립정신이 응축된 역사현장이다. 오늘날 우리가 연해주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땅이 우리 민족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투혼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이상설 선생의 봉밀산 기지 건설 이 있다. 1907년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었던 이 상설은 외교적 독립운동의 좌절 이후 무장투쟁 으로 전환하여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봉 밀산에 독립운동기지를 조성하였다. 그는 이곳 에 학교와 인쇄소를 세우고, 한인공동체를 조직 했으며, 1910년에는 십삼도의군을 결성하여 조 직적 무장항쟁을 전개하였다. 이는 연해주가 단 순한 망명지가 아닌, 실질적인 독립운동의 전진 1919년 3·1운동의 여파는 연해주 한인사회에 도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후 1919년 3월 17 일,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문창범 의장을 중심으로 대한국민의회가 결성되었다. 이 조직 은 최초의 임시정부 성격의 독립운동 정부 형 태로 1919년 9월 상하이 임시정부와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는 연해 주 한인들이 독립운동의 정치적 주체로서도 선 도적 역할을 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이다. 또한 1921년 연해주의 자유시 참변은 연해주 무장 독립운동의 아픈 기억이자 전환점이었다. 자유시(스보보드니) 일대에 집결한 독립군 부대 들이 소련 적군과의 갈등 속에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이 사건은 독립군조직의 재편을 촉진했고, 이후 만주로의 이동과 새로운 무장기지 건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연해주 한인들은 무장투쟁뿐 아니라, 교육과 언론, 외교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한민학교, 명 신학교 등 민족교육기관을 세우고 민족정신을 계승하였으며, 『해조신문』 같은 한인 언론을 통 해 독립의지를 확산시켰다. 또한 이동휘, 김규식 등은 러시아 혁명정부와의 연대를 통해 독립운 동의 국제화를 시도했으며, 레닌 정부와의 접촉 을 통해 조선문제의 국제적 논의를 도모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해주에서의 항일투쟁은 단지 지역적 둘째, 교육 및 학술연구의 강화가 필요하다. 차원의 저항이 아니라, 무장, 정치, 외교, 문화 전 반에 걸친 입체적 독립운동이었다. 연해주 한인 들은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고자 했고, 그들의 피 와 헌신은 우리 민족 독립운동사의 핵심 한 축을 이룬다. 연해주(沿海州)는 단지 지리적으로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지역이 아니다. 이 땅은 고대부 터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였으며, 고구려와 발 해의 기상을 간직한 공간이자, 근현대사에서는 수많은 선열들의 독립운동이 전개된 숭고한 역 사현장이다. 이처럼 연해주는 단절된 공간이 아닌, 우리 민족의 북방사와 항일 독립운동을 잇는 연결의 지점으로서 역사적으로도, 정신적 으로도 되새길 가치가 크다. 이 숭고한 역사를 오늘에 계승하고 미래세대에 올바르게 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실천방안을 몇가지 제안하고 자 한다. 첫째, 독립운동과 고대사의 사적지 보존 및 활 용이 절실하다. 봉밀산 독립운동기지를 비롯해 발해유적지, 이상설 선생의 활동지, 대한국민의회 결성지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산들을 체계적으로 조사· 보존해야 한다. 안내표지판 설치, 해설자료 제 공, 역사체험형 전시관 조성 등을 통해 연해주를 ‘살아 있는 역사교육장’으로 조성해야 한다. 

고 구려·발해의 유적도 함께 연계하여 연해주가 고 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민족 역사권역임을 연해주 한인 항일운동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 의 중요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고등학교 및 대학 교과과정에 이를 반영하고, 관련 학술연구 와 교사 재교육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군사학과와 사관생도 등 예비장교들을 대 상으로 연해주를 역사탐방지로 선정하여, 조국 수호의 역사적 뿌리를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도 록 해야 한다. 이때 고대 고구려·발해사의 현장 교육과 독립운동사 교육을 함께 연결한다면 더 욱 입체적인 역사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 셋째, 국제협력 확대를 통한 세계적 기억 유산 화가 필요하다. 러시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 해 공동세미나, 전시회, 다큐멘터리 제작 등 국 제 공동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해주 한인 독립운동은 물론, 고대사에 대한 인식도 세 계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동북아시 아 평화·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단순한 역사보존 차원을 넘 어, 연해주 한민족 고대사와 한인 독립운동의 정 신을 현재와 미래세대의 자긍심과 역사적 책임 감으로 이어주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민족 의 뿌리를 기억하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정체성 과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