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양상은 언제나 인간의 거리감과 밀접하게 맞물려 왔다. 총검으로 적과 맞서던 시대 에는 살상에 대한 죄책감이 컸지만, 대륙간탄 도미사일로 7,000km 떨어진 목표를 타격하는 현대전에서는 그 심리적 장벽이 현저히 낮아졌 다. 데이브 그로스먼(Dave Grossman)이 『On Killing』에서 제시한 개념을 시각화하면, 물리적 거리의 증가가 감정적 거리의 단절로 이어지는 ‘공감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이 거리의 확장은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속화 되었고, 이제 그 정점에는 ‘드론’이 존재한다. 드 론은 인간의 손끝에서 벗어난 살상의 대리자이 자, 정보·타격·심리전이 융합된 현대전의 핵심 무기체계로 자리 잡았다

전장(戰場)의 현실 :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보 여준 미래

 2022년 이후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이 전쟁의 중심으로 부상한 첫 대규모 실전무대 다. Petro Ivaniuk(페트로 이바니우크)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들어 9월 초까지 약 35,000기의 샤헤드 드론과 2,000기 이상의 미사일이 우크라 이나를 공격했다. 9월 6일에는 단 하루 동안에는 810기의 샤헤드 드론이 우크라이나를 덮었다. 전장의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현장에서는 모 든 드론을 탐지할 수가 없으며, 언제 어디서든 들려오는 ‘웅웅’거림은 병사들의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한다. 육안으로 식별된 드론이 정찰용인 지, 공격용인지, 기만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은 방공체계의 대응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드론의 변천 : 표적기에서 스마 트 IED로

드론은 1930년대 대공포 훈 련용 표적기에서 출발해 1970 년대 이스라엘 Mastiff의 실시 간 영상전송 정찰기, 1990년대 미국의 프레데터·리퍼 무인공격기를 거쳐 진화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곡점은  2020년대 상업용 드론의 무기화였다. 2016년 ISIS의 DJI Phantom 드론기반 폭탄공격, 2018 년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암살시도가 보여 주듯, 저비용·고효율 구조와 쉽게 접근할 수 있 는 기술 덕분에 드론은 더 이상 국가의 무기만이 아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현대전에서 드론은 공중을 넘어 지상과 해상 으로 확장되며 전영역 전투체계로 진화하고 있 다. 이러한 확산의 중심에는 AI 기반 자율화 가 있다. AI는 실시간 전장변화에 즉각 대응하 며, 다수의 드론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협동하 는 군집(Swarming) 전술을 구현한다. 4G·5G 통신망, 스마트폰급 AI칩, 고해상도 카메라, Lidar·IR 센서가 결합되며 ‘하늘을 나는 스마 트폰’이 현실이 되었고, MUM-T(Manned Unmanned Teaming) 체계는 유인기와 무인기의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 미사일 + 포병’의 복 합공격 체계를 완성시켰다. 러시아는 저가 기만 드론인 Parody(파로디)와 Gerbera(게르베라)로 고가 방공 미사일을 소모시킨 후, 자폭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동시 발사하는 포화공격을 전개한 다. 1,000달러 드론이 수십만 달러 요격미사일 을 소모시키는 경제적 비대칭전 구조는 방공망 을 마비시키는 전술모델이다. 북한의 드론 : 비대칭 전력의 현실화 북한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 다. 김정은은 “무인장비와 인공지능은 무력 현대 화의 핵심”이라며 정찰·공격 드론의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을 지시했다. 이미 2025년부터 러시아 와 협력해 Lancet, Shahed 계열 드론의 위탁생 산에 착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북한의 참전경험이 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탄약, 장 비, 기술인력 지원뿐 아니라 드론 운용실험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협력이 아니라, 드론으로 싸우는 방식을 직접 배우고 있다. 북한은 드론과 미사일, 포병을 통합 운용하는 복합전술의 실전 경험, 부대 지휘·통신구조를 시 험하는 능력 검증 및 실전데이터를 바탕으로 생 산·개량 주기를 단축하는 기술 피드백 체계를 확 인하고 있다. 북한은 드론 기반의 전투교리와 부 대구조를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 도 안보환경은 이제 ‘장비의 양과 질’이 아니라 ‘전쟁방식을 바꾼 경험의 차이’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전략적 함의

 드론의 확산은 방어자에게 딜레마를 안긴다. 

우군과 위협 드론의 실시간 구분이 불가능하고, 1천 달러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수십만 달러 미 사일을 소모하는 경제적 비대칭은 지속 불가능 하며, 상용시장을 통한 부품확보가 가능해 민간 기술의 군사적 전용을 법으로 차단할 수 없다. 기술 격차의 급속한 축소가 이 딜레마를 확산 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 오픈소스 플랫폼, AI 생태계가 드론을 ‘민주화된 무기’로 만들면서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 간 기술장벽이 붕괴되고, ISIS부터 사우디 아람코 공격까지 테러조직도 전 략적 타격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드론은 만능이 아니며, 진정한 가치 는 기존 전력의 배가 효과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초 독일군이 전차 중심으로 전쟁방식을 재설계 했던 것처럼, 드론 중심의 새로운 교리·조직·사고방식 구축이 핵심이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하는 동안, 한반 도 안보는 ‘장비의 수’가 아니라 ‘전쟁방식을 바 꾼 경험의 차이’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결론 : 드론 없이 이길 수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 무인전투군인 키릴 야키모비치 (Kyril Jakimovich)는 “드론만으로는 전쟁을 이 길 수 없지만, 더 이상 드론 없이는 전쟁을 이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전의 본질을 꿰 뚫는 선언이다. 드론은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 유발 자다. 공중에서 시작된 위협은 지상과 해상을 넘 어 인공지능과 결합한 전영역 전투체계로 진화 했고, 저비용·고효율 구조는 비국가 행위자까지 무장시키며 전장과 후방의 경계를 무너뜨렸 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경 험을 축적하는 동안, 한반도는 ‘전쟁방식을 바꾼 경험의 차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 드론을 이해하는 자가 전장을 지배한다. 이것 이 현대전의 현실이며,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