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수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지난 5월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육사 졸업식에서 신외교전략을 발표했다.
남은 임기를 고려해 볼 때 집권 2기의 외교전략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않다. 오히려 미국의 중간선거를 겨냥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시리아 사태와 크림반도 사태시 미국이 보여준 무기력한 외교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성찰적차원의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개입주의’로 대표되는 신외교전략의 핵심은고립주의와 일방적 개입주의의 중간쯤에해당되는 전략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개입주의는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개입한다는것이다. 핵심이익의 대상은 미국민이 위협받거나, 미국의 이웃이 위험에 처하거나, 동맹국의 안보가 위협당할 때로 한정했다. 특히 미국인 보호 및 영토수호와 관련해선 국제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미국의 핵심적 이익에 대한 위협은 아니지만 국제사회를 위험한 방향으로이끄는 국제적 위협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위협에 대해서는 미국 혼자가 아니라 동맹국 및 동반자국가들과 집단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다자주의적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취할 집단적 조치로는 외교와 협력, 규제와 고립, 국제법 적용, 다면적인 군사조치 등이 해당된다.

결국 신개입주의란 핵심이익이 위협받을 땐 직접 개입하고, 핵심이익이 아닌경우에는 국제사회와 다자적 개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개입전략은 지극히 상식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행정부와 비교해 보면 전략의 차이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탈냉전 후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개입과 확산(engagement andenlargement)’이었고, 911이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일방주의였다. 클린턴행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개입을 통하여미국의 국익을 증진시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전 세계로 확대시키겠다는 개입과 확산 전략을 채택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에 대한 도전 불용, 위협의 사전제거 능력 확보 및 선제공격, 그리고 자위권 행사를 위한 일방적 행동 등을천명하였다. 소위 말하는 일방적 개입주의를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신개입전략은 무분별한 개입과 일방적 개입을 자제하고 이유 있는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이익이 걸린 위협은 직접개입을 하고, 그렇지 않은 위협은 다자적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오마바 행정부의 외교전략은 2011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호주 방문시천명되었다.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 때문에 등장한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전략 또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시작과동시에 엄청난 시련에 부딪혔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2012년 이후 10년 동안 최대 6천억 달러의 국방비를 감축하고 지상군을 10만명 감축하며기존의 Win-Win 전략을 W+ 전략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비록 미해군력 및 공군력의 60%를 아태지역에배치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외교 및 국방 전략 자체를 수세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의국내적 요인이 외교전략을 수정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선택적 개입이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 전략에 의하면, 미국은 동맹국의 안보도 미국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북한 침략시 직접 개입할 것이다. 그러나 개입의 시기와 규모, 그리고 그 형태는 달라질 수도 있다. 스캐퍼로티(CurtisScaparrotti) 주한미군사령관은 2014년4월, 미 하원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방예산 감축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시 후속병력 증파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 말은 신개입주의의 이상과 현실이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연방예산자동삭감조치(sequestration)가 하루 이틀 만에 해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신개입주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접고자주국방의 사고와 역량을 늘려나가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