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사면된 카스트로는 멕시코로 망명하 였는데 여기서 운명의 동지 체 게바라를 만났다.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 대륙 종단을 마치고 공산주의에 심취해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던 터라 카스트로의 7.26운동에 가입하였다.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목표로 요트 그란마 호를 타고 난파하다시피 구사일생으로 쿠바에 상륙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일행은 시 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에 숨어들어 포코 이론 (Foquismo(스페인어), Foco Theory)에 기반하 여 지지세력을 넓혀 나갔다. 1960년대 라틴아메 리카에 널리 퍼진 공산주의 운동의 기반이 된 포 코 이론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쿠바 공 산화 때 사용한 전략을 발전시킨 것이다. 거점 이론이라고도 하는 포코 이론은 게릴라가 활동하는 거점 주위지역을 점령하고 영향력을 넓 혀가는 방식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폭력적 방식이 아닌 비 폭력적 방식이라는 것이 특징이 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게릴 라 활동 초기에 지역사회 주민들 을 도와주면서 인간적인 유대관 계를 발전시키고, 친밀감이 형성 되면 공산주의 이론을 설파하는 방법으로 접근했는데, 압도적으 로 소수라 지지기반이 약할 수밖 에 없었던 그들이 쿠바 공산화에성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실 포코 이론은 아무런 기반 없 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60년대는 중국이 공산 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이었고, 당시 공산주 의에 갓 입문한 체 게바라 역시 중국의 공산화를 목도한다. 중국의 공산화 과정을 지켜보며 모택 동의 신봉자가 된 체 게바라는 모택동의 공산주 의 혁명전략을 모방해 쿠바 공산화에 적용한 것 이 포코 이론이 된 것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자신들의 정치성향을 주입 하거나 주민들의 적극적인 무장투쟁을 유도하 지 않고 인간관계에 집중하여 친밀감을 쌓아 이 들 세력이 성장하는 동안 바티스타의 정부군의 눈에 띄지 않게 세력을 보호하였다. 폭넓은 지지 층을 확보하고나서부터 지지세력의 적극적인 행 동을 유도하였다. 특히 1958년 산타클라라 공격 당시에는 7.26운동 소속 무장세력은 300여 명 남짓이었지만, 이들은 여기저기서 바티스타의 정규군을 괴롭혔던 수많은 민간인의 도움으로 리하였다. 뒤이어 수도 아바나까지 확보함으로써 쿠바 공산화에 성공하였다. 천 명도 안 되는 게릴라 부대로 4만 명이 넘는 정규군과 600 만 명의 인구를 가진 쿠바를 장악한 것은 그동안 유래가 없는 게릴라의 승리였다. 이들은 모택동이 중국 공산화 과정에서 에드 가 스노우라는 기자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홍보 한 것처럼 허버트 매튜스라는 뉴욕타임스 기자 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활동을 홍보하 였다. 

사실 카스트로 외에도 바티스타를 반대하 여 투쟁을 벌이는 지하세력은 많았는데 언론이 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세력은 7.26운동이 었기 때문에 바티스타 정권 몰락 이후 이들이 정 권을 쥐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포코 이론으로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은 성공했다. 하지만 7.26운동 세력이 집권하고 나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 나였던 쿠바의 경제는 공산화 이후 순식간에 최 하위권으로 추락하였고, 쿠바는 소련의 경제원 조에 의존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경제에 문외한 이었던 체 게바라가 산업부 장관, 중앙은행장을 역임하였던 것도 이유였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공산주의를 선택한 것 이 옳았는지 의문이 간다. 체 게바라는 쿠바 공산화 성공 이후에도 볼리 비아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지속하였다. 결국 미 CIA가 지원한 볼리비아 정권의 추적을 받던 체 게바라는 체포작전 중에 사살당하며, 전 세계 좌파 급진주의자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의 매장지는 비밀에 부쳐졌으나, 1997년 체 게바라와 동료 6명의 유골이 발견되어 산타클라라 의 체 게바라 기념관에 안장되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화의 이름만 보면 이 영화는 두 아르헨티나 사나이가 광활한 남아메리카 대륙을 오토바이로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는 모험 여행기일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여행하는 동안 오토바이는 고장나는 바람에 여행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에서 베네수엘라 북단까 지 오토바이를 타고 횡단할 계획을 세웠고, 여행 초기부터 돈이 떨어져 갖은 고생을 한다. 

포장도 안 된 도로를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길에는 변변한 숙소가 없어 들르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 을 받아 동가식서가숙해야 했다. 강풍으로 텐트 를 잃어버린 후부터는 민가가 없으면 풍찬노숙 하며 꼼짝없이 새벽이슬을 맞는다. 여행을 출발 한 지 한 달 만에 3,000km를 달린 오토바이도 고장이 나서 칠레 로스 앙헬레스에서부터 중간 기착지인 발파라이소까지는 히치하이크하거나 걸어서 겨우 도착한다. 이들은 이 여행길에서 남미 전역의 비참한 현 실을 눈으로 보고 느낀다. 의사인 체 게바라가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아픈 사람들을 봐주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구리 광산인 칠레 추키카마타 광산에서는 부동산 개 발업자들에게 헐값에 땅을 팔고 광산 노동자로 내몰린 농민들을 보고 분노한다. 이들은 페루의수도 리마에서 나병 연구가 페스체 박사를 만나 고 그의 소개로 산 파블로에 있는 나병환자 진료 소에서 3주간 환자를 돌보고 베네수엘라로 떠났 다. 카라카스에서 그라나도와 체 게바라가 헤어 질 때 그라나도는 같이 일하자고 권유하지만 체 게바라는 거절하고 여행이 자신을 바꾸었다며 여행 중에 본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 지를 내비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그의 의도는 순수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 가 추구했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일반 대중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실패하였 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 인 북한은 매년 세계 최빈국 조사명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고 있으며, 북한의 가장 오래된 공산 주의 우방 중 하나인 쿠바조차 우리나라를 포함 한 자본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과도 같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비정규전과 직 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미 공산주 의 운동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공산주의에 투신 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는 영화다. 체 게바라의 책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기반을 둔 이 영화 는 남미 영화가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적 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2004년 칸 영화제 기술상과 2005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 가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체 게바라에 대한 배 경지식이 없다면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과 단 조롭게 이어지는 줄거리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체 게바라가 어떤 계기로 공산 주의에 입문하게 되는지 알고 싶거나 미국영화 나 한국영화가 아닌 색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보 고 싶다면 볼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