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한동안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더니 이젠 군대폭력이 국가적 난제가 되고 있다.

일벌백계, 병영문화개선, 인성교육,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지 의문이다. 군대폭력도 학교폭력처럼 습관화되고 전승(傳承)되는 등 문화적 현상으로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질서 유지의 책임이 있는 정부 관리 하의 핵심 공적(公的) 기관인 학교와 군대에서 ‘법보다주먹이 가깝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군대는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컸지만, 그 후 사회는 급속한 변화를 거듭한 반면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보수적 성격을 가진 군대는 사회변화에 상응하는 변화를 하지 못한 가운데 야만적인 가혹행위가 빈발하여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다. 하급자에 대한선임자의 가혹행위는 많은 부대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장교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소규모 부대에서는 더욱빈번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1세기 현대국가에서 상상키조차 어려운 무법천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임자에 의한가혹행위는 군기확립이라는 이름으로 비공식적으로 정당화되어 왔기 때문에 일시적 인권교육이나 웬만한 예방조치로사라지기 어려우며,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예방책이 필요하다.

고된 시집살이를 했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더 구박하듯이 하급자 시절 얼차려를 많이 당했을수록 상급자가 되었을 때하급자를 더 괴롭히게 된다. 보상심리報償心理가 자리 잡고 있어 군대폭력은 하나의 문화처럼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군대폭력이 빈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군기확립과 범법 또는 인권침해 행위 간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군기軍紀란군법과 군율을 잘 지켜 전우애로서 단합함으로써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것이다. 따라서 가혹행위는 군기확립보다는 군기문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가혹행위는 상하 간 불신과 증오감을 불러일으키며, 사기저하와 전투력 약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추락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학력을 가진 한국군에서 구시대적 가혹행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군대폭력은 학교폭력과 사회폭력의연장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만, 학교에서 폭력에 익숙했던 사람이군대에서도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학교폭력에 대해 갖가지 대책이 강구되고 있지만 근본적 예방책인 법질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칙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이고 준법정신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왜냐 하면, 어른들 자신이 준법정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옛날부터 덕치德治를 내세우며법치法治를 경시해왔다. 법률교육 등 예방활동이 미흡하기 짝이 없는 가운데 범법행위가 발생했을 때만 법을 따진다. ‘법을지키면 손해’라는 의식도 팽배하다. 그래서 불법, 탈법, 편법 행위 등이 비정상적관행이 되고 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일은 습관화되지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법정신이 희박하고 또한 법과 규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위반하는 것을 예사로 생각한다. 그래서 적발되었을 때는 재수 없어 걸렸다고 생각한다. 법과 질서를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위반자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두 가지 모두 제대로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필자의 해외 체류 중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들이 그곳 고등학교 재학 당시학교의 준법교육은 엄격한 교칙校則 적용과 소년원에 수감 중인 청소년 범법사례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교칙위반에 대해학부모에 통보, 학부모 학교 호출, 학생징계 등이 예외 없이 이루어졌다. 청소년들의 범죄사례인 강간, 폭력, 강도, 흉기위협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토론하게 하여 충동적인 행동이 자신의 인생을 망친다는 인식을 갖게 함으로써 그러한 행동을 억제시킨다. 그곳 직장에서도 성범죄,성희롱, 인종차별, 성차별 등 누구나 범하기 쉬운 범죄를 수시로 교육하고 토의하게 한다.전쟁에 대비한다는 특수성을 가진 군대라고 해서 범법행위나 인권침해 행위가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엄격한 군율에 따라 움직여야 할 군대에서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군기확립의 수단이 결코 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군대는 사회보다도 모범적으로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대도 사회처럼 준법의식이 희박하다. 군기확립과 폭행을 비롯한인권침해 행위는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에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한 군기확립이라는 명분하에 가혹행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미지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처벌을 두려워하겠는가?

부모와 고향을 떠나 처음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대에서는 무엇보다도 군법과군율을 분명히 가르치고 위반 시에는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 특히 군기확립과가혹행위 및 인권침해 행위는 명확히 구분하고 가혹행위와 인권침해 행위를 한자에게는 어떤 처벌이 따른 다는 것을 계속 교육해야 하며, 위반자에 대해서는 군법과 군율에 따라 예외 없이 처벌함으로써 그야말로 일벌백계의 효과를 내도록하는 것이 효과적인 가혹행위 예방책이될 수 있다.

따라서 군은 폭력 등 가혹행위, 성범죄,성희롱, 기타 인권침해 행위는 군형법 조항에 따라 중범죄, 경범죄, 군기위반사항등으로 규정하여 「군인복무규율」과 「내무생활수칙」에 명문화하고, 장교 및 부사관 교육에 포함시키며, 병장이나 상병으로 진급 할 때에는 부대 단위로 리더십 및군형법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병사들에게도 매년 두 세 차례 교육을 실시하여 가혹행위는 범법행위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도록 해야 한다. 가혹행위는 범법행위로서 반드시 처벌받게 되며, 자칫하면 인생을 망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그러한 행위를 자제하게 될 것이다.

군대를‘국민정신 교육의 도장’으로만들자장병들은 법질서의식만이 아니라 민주시민적 기본 자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민주시민적 자질이 부족하다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훌륭한 군인이 될수 없다.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고등학교졸업까지의 교육목표가 ‘성숙한 민주시민육성’이지만 우리 학교의 국민 기본자질교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군대에서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우리 군은 고도의 사상교육을 받은북한군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물론 2년 미만의 짧은복무 기간으로 인해 필수적 군사훈련도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현실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군대는 집과 고향을 떠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우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군대를 국민정신교육의 요람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스라엘 군대를 들 수있다. 이스라엘 국민의 투철한 애국심과국가공동체의식은 군대생활을 통해 길러진다. 남녀 모두 의무복무를 해야 할 뿐아니라 국민정신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군대는 국민정신교육의 학교가 되고있다.

이스라엘은 장교의 정신교육이 군 정신교육 성공의 지름길이라 믿는다. 모든 지휘관이 정신교육 교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교양성 과정에서 정신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물론 임관 후에도 모든 장교는매년 2주 이상 정신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 군은 정신교육의 승패가 교관에 달렸다고 판단하고 교관양성을 의해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1,000명 정도의 교관요원을 수용할 수 있는 중앙교관양성학교가 있고, 70명 내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신교육학교가 150여개가전국에 산재해 있다. 중앙교관양성학교에는 정신교육 전문교관 양성 과정(1년), 일반 정신교육 교관 양성과정(3개월), 일반장교 정신교육 과정(1~2주), 지휘관 정신교육 과정(1~2주), 교관 재교육 과정(2주)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민간인 정신교육을 위한 정신교육학교도 3개나 운영하고 있다. 모든 장병은 가까운 지역에 있는 정신교육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는다.

장교는 매년 1회 3일간 교육을 받고, 각급 지휘관은 매년 1회 이상 정신교육 연수회에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사병은 매년 1회 1주일간 정신교육을 받는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서도 군대를 ‘모범적인 국민 양성’ 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무장되지 않은 군대는 오합지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처럼군 정신교육을 체계화하여 군대를 ‘국민교육’의 도장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특히 장교와 부사관 양성 과정에서 국가관, 역사관, 민주시민정신 등을 교육함으로써 장교는 모범시민, 즉 신사(gentleman)가 되도록 해야 하고 부대내에서는 정신교육 교관이 되도록 해야한다. 군대에서 모범적인 국민을 육성하여 사회로 내보낸다면 한국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