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근
육군 소령
육군 교육사령부


오늘날 우리는 첨단 미디어의 경이로운 발전과 더불어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의사소통 도구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학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빠른정보 습득과 실시간 연락이 일상화 되었고, 다이나믹한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 발달과 다양한대화채널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소통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100시간’을 보내면서 교황의 ‘소통의 리더십’에 열광했고, 동시에 갈등이 쌓여 사사건건 대립하고 반목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됐다. 갈등이 사회의 통합을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동력을 잠식해 선진국 진입의 최대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문화일보가 국내 대표적인 갈등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8월 27일 최종 집계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답변에응한 전문가 전원은 한국 사회 갈등 양상에 대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들은 빈부 갈등(94%), 이념 갈등(90%), 노사 갈등(86%),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72%)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우려를 표시하면서 ‘갈등공화국’이 된 우리의 현실을 경고 했다.1)

 이는 조직의 CEO와 구성원들 간에, 노사 간에,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진정한 소통의 부재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금은 이러한 소통 부재 현상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사회갈등 비용을 절감하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조직 내에 만연한 심화된 개인주의를 타파하고 공동체의식을함양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반을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횃불과 역마를 이용한 방법 외에는 통신수단이 전혀 없었던 16세기에 21세기형 개인미디어로 끊임없는 소통을 한 위대한 커뮤네이터가 있었다.2) 바로 임진왜란시에 나라를 구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이순신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진심어린 애정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소통을 통하여 부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자발적인 복종을 유도했으며 그들과 하나가 되어 부하들의 애대심(愛隊心)을 애국심과 애민의식으로 승화시켰다.

프러시아 군대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내려오는 격언이 있다.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 마음가짐은 우선 솔선수범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설득해야하며, 그게 안 되면 강요해야 한다. 그순서는 바뀌어도 어느 단계를 생략해서도 안 된다.”라고 한 것처럼 솔선수범이야말로 리더가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3) 그 다음은 설득이다. 설득이라는 것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켜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로 막힘이 없이 잘 통한다’는 뜻이다. 이순신은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해서 꿰뚫고있었고 부하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경상우수사 원균은 전라좌수사 이순신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순신이바로 ‘출정을 명령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그러나 이순신은 곧바로 ‘출격’을 명령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전쟁 초기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이순신은 고심했다. 그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여러 장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순신은 분명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부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지휘관이 무시하고 본인의 의지대로만강행한다면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군사들을 하나로 단결시키기가 힘들다’는사실을 안 것이다. 원균의 지원요청에대해 일부는 “당연히 가야 한다.”고 했고, 다른 일부는 “우리의 책임지역은 전라도다. 지원을 갔다가 전라도가 뚫리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전쟁 초기 상황에서 갑론을박의 토론은1592년 5월 1일부터 3일까지 무려 사흘동안 이어졌다. 이순신은 장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출전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감정적으로 거부하지 않고 꼼꼼히 검토했다. 격정적인 토론 이후 이순신은 출전에 따른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맞춤식 대책을 주도면밀하게 세운 뒤출전하기로 결심했다. 이순신의 군대가신뢰받는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소통경영’이라고 생각된다. 이순신의 소통경영 방식은 남달랐다. 일방적인 명령이 아닌 설득을 통한 공감을 유도한 것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의 시대에이순신은 전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방법으로 소통하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이순신은 소통을 통한 정보력을구축했다. 임진왜란의 예측은 이순신의개인적인 예지력과 판단력이 아니었다.

다자간 소통을 통한 정보를 획득한데서기인했다. 이순신은 왜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조정이나 다른 관리들과 왜(倭)의 움직임에 대해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았다. 이미 상당수의 조정 대신들은 왜(倭)가 조선에 쳐들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이순신은 그런 정보를 획득하여 왜적의 침략에 철저한 준비를 한 것이다. 난중일기에 보면“백첩선(白貼扇, 큰 부채) 358자루를 만들었고, 순변사에 별선(別扇) 15자루와기름먹인 부채 10자루, 옻칠한 부채 5자루를 보냈다.”고 되어 있다. 이는 이순신이 먼 앞날을 내다보고 중앙관료들과 친분을 쌓음으로써 전쟁업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4) 앞날의 국사를 도모하기 위해 조정의 대신과 재상에게 부채를 선물함으로써 신뢰를 얻고지도층과 소통하기 위한 이순신의 지혜가 돋보인다.

또 이순신은 편지를 통해서도 지인들과 많은 교감을 나누었고 정보를 공유했다. 난중일기에는 ‘이순신이 가족은 물론 지인, 조정의 고위관료 등에게 편지를 썼고, 또 답장을 받았다.’는 기록이 약30회 정도 나온다.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천거한 류성룡으로부터〈증손전수방략〉이란 병법책을 받고 찬탄했으며,류성룡의 편지를 받고 감동하기도 했다.〈신구차〉로 이순신의 목숨을 구해 준판중추부사 정탁과도 편지로 친분을 쌓았고, 1598년 조명연합함대를 구성하기전에는 명나라 수군도독 진린과도 편지와 교류했다.5)

두 번째, 이순신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또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양반과 천민으로 대립되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그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의사소통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행 한 것이다. 그는 계급과 신분에 의해 구분되는 양반 위주의사회제도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능력중심의 인본사상(人本思想)을 가지고 있었다. 이순신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쓸때에 신분과 직위로 차별을 두지 않았으며, 전투가 끝난 후 임금에게 포상을 올리는 장계에 비록 천민일지라도 그가 공을 세웠으면 포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항복은 「백사집」에 이순신이 ‘사람들에게 상과 벌을 줄때는 받을 사람의신분의 귀천, 권세의 유무, 자신과의 친소관계와 상관 없이 처리했다.’라고 기술했다.6) 이러한 감동의 포상 원칙이 부하들을 진정으로 따르게 할 수 있었던소통의 근원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순신은 전쟁이 소강상태에 있을 때 견내량 고수전략으로 한산도에통제영을 설치하고 전쟁에 대비하는 동안 운주당(運籌堂)을 지어 작전회의를하였다. 운주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으며 군졸에서부터 막료 장수까지 누구라도 와서 작전에 관련된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것이 가능했다는것’은 단순히 ‘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 ‘이순신과 휘하 부하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열려 있었다는 것’을 의
미한다.

세 번째, 이순신은 부하들과 다양한 방다진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했다.

또 ‘한 병사가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고 명령을 어긴다면 군율대로 다스리어 작은 일도 용서하지않을 것이다.”10) 명량해전이 있기 전날밤 이순신은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부하들에게 온 마음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승리할 수 있음을다시 한번 주지시키며, 부하들과 목숨을바쳐 싸우기로 맹세한다. 그 결과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치는 기적과 같은 신화를 이루어냈다.11)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등한시 한채 목전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CEO와 지휘관은 아랫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경청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받아들이고메뉴얼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乘)’의단결된 자세로 조직의 목표를 한 방향으로 하여 효과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은 소통을 통해 정보를 얻고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전략과 전술에 적용하였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부하들과 어울려 동고동락했고,설득을 통해 부하들의 공감을 이끌어낸소통의 달인이었다. 우리 모두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이순신의 소통경영 방식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국가와사회의 화합(和合)과 상생(相生)의 길을여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