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

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회원국의 압도적 표차로 대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한동안 문제제기 차원에서만 머물러 왔던 북한 인권문제가 전세계 국가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가운데 그 해결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단계로 진입하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북한인권문제의 핵심적 사안의 하나인 ‘탈북여성의 인권매매’ 실태를 분석·평가하는 란을 마련하였다.
-편집자 註-

김정일 사후 세습권력을 이양 받은 김정은은 탈북 시도를 하는 자는모두 사살하고 3대를 멸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지만, 굶주림을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중국으로의 탈북현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탈북을 감행하는 자들은 중국에 가는것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먹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탈북 현상을 근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탈북 여성들은 자신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조·중 국경을 넘기는 하였지만, 중국에 도사리고 있는 인신매매 과정 -그것이 중국 체류 과정에서 브로커들의 농간에 의한 경우이건, 생존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경우이건- 을 피하기란 매우 힘든 실정이다. 물론 일부는 공안의 단속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팔려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매매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심지어는 조선족도 인신매매단에 연결되어 있어 상당수 탈북여성들을 ‘상품화’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중국의 조직폭력단과 연계되어 있는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배회하며 탈북여성들을 모집하거나 납치하여 조선족들에게 팔아넘기면, 조선족들은이들 탈북여성을 중국 각지에서 신부를 구하는 노총각들에게 돈을 받고 넘긴다. 흥정가격은 연령과 외모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중국 땅에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한 현대판 ‘노예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일부 악덕 브로커는 인솔 과정에서 탈북여성들에게 성범죄를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는 30만여 명의 탈북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중국 공안의 단속망이나 북한의 체포조에적발되어 강제북송 되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대다수 탈북자들은 주로 조선족이 많이분포되어 있는 동북 3성에서 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륙에 위치한 대도시에도상당수 숨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도시는 농촌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속강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탈북이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탈북과정에서부터 인신매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탈북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북한에 강제송환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인신매매상들에 의해 중국 남성에게 팔려가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일단 인신매매가 되고 나면, 노예나 다를 바 없는 운명에 빠진다. 감시 또는 감금 상태에서 노동력을 갈취당하거나 ‘성노예’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탈북여성들은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하는 효과도 있고 하여 원치 않는 중국 남성과 결혼하거나 동거를 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신매매단에 의해 대도시의 유흥업소에넘겨진 탈북여성들은 연령이나 외모에 따라접대부, 주방 보조, 식당 종업원, 청소원 등으로 배치되어 혹사당하고 있는 실정이며,도망쳐 나오려 해도 공안요원들과 결탁돼있는 데다 강제 북송의 위험이 있어 사실상탈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인권단체들이 이들을 구출해내려 시도해도 상대가폭력조직과 연계돼 있고 공안마저 감싸고있어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의1자녀 정책과 남아선호 풍조도 피할 곳 없는탈북여성들을 성매매 시장으로 내모는 간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탈북여성들은 중국 남성과 합의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제결혼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노총각들이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팔리고 있으며, 일단 부부의 연을 맺으면, 아이를 낳고 살기는 하지만 불법 체류라는 약점이 있어 쉽게집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 악덕 남편을 만날경우는 가정 폭력에 시달리기 일쑤고, 심지어출산 후에는 다시금 인신매매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북한에서의 인권유린과 굶주림을 상기하며 인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양심적인 중국 남편을 만날 때는 가짜 공민증을 얻어 비교적 자유로이 바깥출입을 하기도 한다.

한편, 중국 남성과 탈북여성 사이에서 태어난아이들도 대개가 ‘불법 신분’이기 때문에 불우한 상황에 처해 있다. 탈북여성의 자녀는 중국 시민권에 해당하는 호구 취득이 거부되어공공교육이나 의료 등 사회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북한으로강제 송환이 되면 중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당하는 경우조차 있다고 한다.

그러면 중국 내 탈북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를 비롯한 각종 인권유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먼저탈북여성들을 근원적으로 두렵게 하고 중국인신매매단이나 중국인 남편들이 악용할 수있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는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엔인권이사회(UNHCR)는 박해가 우려될 경우 난민 송환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난민협약>에 따라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중국에 난민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1951년<난민협약> 체결 당시 이에 가입했고, 1982년 9월에는 유엔의 난민지위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지만,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간주해 적발되는 대로 체포하여 강제 북송을 하고 있다. 문제는 난민협약 당사국인 중국이 이 협약을 위반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는 아예 UNHCR과의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행태에 대응하여 UNHCR은금년 6월에 제26차 정기회의에서 중국 내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에 희생되고 있는탈북 여성들을 보호할 것을 중국 정부에 권고했다. 특히 임신부와 자녀가 있는 탈북 여성들을 보호하고 인도적으로 대우하며 특히북한에 송환됐을 때 자유와 생명을 위협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난민을 송환해서는안 된다는 ‘농 르풀르망(non-refoulement)’원칙을 존중하고 유엔 난민기구의 북한 접경지역 방문을 허락할 것을 권고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는 인권을 중시하는서방국가들의 협력을 구하는 한편, UNHCR과 보조를 맞춰 국제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중국으로 하여금 인권적·인도적 차원에서 재중 탈북여성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하는외교력을 적극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태국의 경우는 난민협약 당사국이 아님에도자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을 일단 수용 보호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조용히 해결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고려하여 태국 정부와같은 결정을 내리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는 법적 근거는 1960년에 북한과 체결한 <중·북 탈북자 범죄인 상호 인도 협정>과1986년에 체결한 <국경지역 업무협정>이다.

결국 중국은 탈북자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협약보다 중·북간 양자협약을 더 존중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식량을 구하러 오는 변경주민만이 있을 뿐 난민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지금까지 묵살해 왔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3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과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설정되었다는 점과 한·중 FTA 시대를 열게 된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11월 10일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FTA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한양국은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고까지 언급하였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꽌시(關係) 문화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 시민사회 역시 더 이상 재중 탈북여성 문제에 눈 감아서는 안 된다.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적극적으로 국제여론 환기에 나서야 한다. 중국이G2의 진정한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인식하고 꾸준히 국제여론을 조성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그 결실을 얻게 될 것이다.

북한에서 간호장교였던 탈북여성 이순실씨 -그녀는 중국 공안에 잡혀 인신매매범에게 인계 돼 딸은 3,000위안에, 자신은 5,000위안에 팔린 바 있으며, 1997년부터 2007년까지 8차례나 강제 북송을 당했었다고 한다-는 지난해 5월 2일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북한인권단체연합회 주최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난민 강제북송반대집회’에서다음과 같이 절규하였다: “먹고살기 위해서중국에 넘어왔을 뿐이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은 도망가다 잡혀서 개처럼 맞아 죽어도 신고도 안 하고 보호도 안 해준다. 우리 탈북자들을 사람취급 하지 않고 인신매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경악스러웠고 끔찍하다.

브로커들은 잡히면 벌금만 낸다. 중국 정부가 아무런 법적 처벌을 하지 않는 것에 격분된다. 중국 변방대 감옥에서 이유도 없이 탈북자들을 엄청나게 때리고 반죽음으로 만들어 놓는다. 나라 없는 백성 같은 느낌, 개만도못하다는 느낌, 나라가 저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탈북자들이 마지막으로 결심한 것이 대한민국이다.” 우리 모두는 이 처절한 절규를 들으며 재중 탈북여성의 아픔을 결코 외면해서는결코 안 될 일이다. 그들과 함께 애통해 하며눈물을 흘릴 때, 중국 당국도 마침내 굳게 닫은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