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전安耕田 STB상생방송 이사장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이야기 <6>
지난달에는 동서양의 중요한 역사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경전 이사장으로부터
들었다. 이번 달에는 문명과 종교의 관계, 역사 속에서의 종교의 문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어 보았다. 굳이 학자들의 설명을 빌지 않더라고 종교는 문명의 핵심
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이해 없이 문명사를 논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종교” 
 

안경전安耕田
상생방송 이사장

대담 박정하

◎먼저 ??환단고기??에도  상고시대 우리 조상들의 종교에 관련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예. 그렇습니다. 조선 중종 때의 사관을 역임하였던 이맥이 편찬한 ??태백일사??에 들어
있는 ?삼신오제본기?와 ?소도경전본훈?이라는 부분을 보면 말입니다. 삼신은 우주의 주재자를 의미하며 오제는 그를 보좌하여 세상사를 다스리는 다섯 신들을 말합니다. ‘소도’는 한민족이 하늘에게 제사를 올리던 옛 성소聖所입니다. ?소도경전본훈?은 소도에서 사용되던 경전 즉 상고시대로부터 내려온 한민족의 경전을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천부경’과 ‘삼일신고’라는 것이죠. 그 외에도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에도 고조선 시대의 종교의 양상을 드러내줄 주는 여러 기록들이 실려 있습니다. ◎ ◎한민족의 옛 종교를 뭐라고 불렀나요?

신의 가르침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신교’라고도 하지만 이건 후세의 지칭이고, 무슨 명칭이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천재적인 역사가였던 신채호 선생은 앞에서 말한 옛 종교적 성소의 이름을 따 ‘수두교’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객관적 명칭이라 할 수는 없고요.◎ ◎한국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와 같은 외래종교는 물론 원불교, 증산도, 천도교 등다양한 민족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모범적인 나라라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일부 국가들에서는 종교가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극단적 이슬람교도들에 의한 테러가 빈발하고 있는 중동의 일부 국가들이 그렇습니다. 현대판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려는 IS 같은 경우 이교도들과의 성전(지하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살인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죠. 그래서 온건한 이슬람교도들까지도 기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극단적인 종교적 테러리스트들은 발을 붙이지 못합니다. 종교인들 대부분이 자신의 종교가 최고의 진리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종교의 신자들에게 강제력을 동원하여 개종시키려는 시도 같은 불행한 사태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은 여러 종교들이 평화스럽게 공존하는 종교적 다원주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지구상의 모범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은 삼국시대부터 불교가 들어와 고려시대까지 국교 역할을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는 18세기부터, 개신교는 그로부터 백여 년 후인 19세기 말부터 한국에 들어왔는데 현재 한국의 종교적 지형을 보면 주변 나라들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나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지배층은 불교를, 조선시대의 양반지배계급은 유교를 신봉하였습니다. 조선의 유교는 주자학이 아닌 해석은 모조리 이단으로 몰았으며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불교를 탄압하여 산으로 쫓아버리고 도성 내에승려들의 출입도 금했습니다. 서학이라 불린 천주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거부와 탄압으로 일관했습니다. 서학을 완전히 금지하다보니 조선은 서양으로부터 배워야할 과학과 기술도 모조리 거부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는 분명 조선의 경제, 사회적 발전을 저해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기독교는 1880년대부터 조선이 서양 열강들과 수교에 나서면서부터 합법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포교전략으로 서양식 학교와 병원을 세워 포교에 나섰는데 이것이 조선의 근대화에 큰 발전이 되었습니다. 20세기 한국 사회에 기독교가 크게 확산된 것은 아주 중요한 현상인데전통적인 종교들의 영향력이 크게 쇠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웃나라 일본과의 차이입니다. 일본을 가보면 우리와는 종교적 양상이 판이합니다. 기독교는 인구의 2%를 넘지 못하는 반면 전통적인 종교인 신도가 매우 큰 영향력을갖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종교적 전통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까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같은 전통적인 명문대학에서는 종교학 강의가 매우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라서 그럴까요? 좌우간 종교학이 타종교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역사에서는 종교에 대한 객관적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들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종교사 서적들이 있겠지만 두 사람의 연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아놀드 토인비(1889~1975)입니다. 문명사 연구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만 그는 역사의 궁극적 의미를 종교에서 찾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역사 속에서의 종교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고등종교들이 문명의 쇠퇴기에 등장하여 세계국가 속에서 세계교회를 만들어내고 그 문명이 소멸한 이후에도 살아남아 후대의 문명들의 발전에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를 들여다보면상당히 재미있을 겁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인물은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역사가였던 막스 베버(1864~1920)입니다. 그는 만년에 종교사회학을 깊이 연구하여 동서양의 세계 주요 종교들이 각 문명의 성격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던지 깊은 연구를 하였습니다. ◎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의 발전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이 한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의 종교사상 중에서 소개할 만한 중요한 개념으로는 어떤 것
이 있나요?
막스 베버는 종교적 교리가 종교집단의 경제적 행동양식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였는데 그의 개념 중에서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는 아주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신정론은 현실의 행복과 불행을 신의 뜻으로 정당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행복의 신정론과 불행의 신정론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현재의 부와 번영을 신의 축복으로 보는 반면 후자는 현세의 불행은 오히려 신의 축복으로 믿고 내세에 대가가 주어진다는 신념을 뜻합니다. 상류층은 일반적으로 행복신정론을 취하며 서민층은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합니다. 그래서 같은 기독교 내에서도 어떠한 신정론을 취하느냐에따라 보수적이고 의례ritual 위주의 종파가 되는 반면 사회정의, 평등을 강조하는 종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아주 재미난 개념이군요. 자본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 노동윤리는 그 가운데 어느쪽과 관련이 있나요?

현실의 부와 번영이 신의 축복이라는 행복신정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러한 신념 속에서 정직하고 열심히 일해서 부를 축적하여 기업가 계급으로 성장한 많은 기독교인들의 사례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토인비도 내적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그의 논의에서 퀘이커 교도들을 그 종교적 신념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계급에서 벗어난중요한 예로서 들고 있습니다. ◎ ◎동양의 종교에서는 신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동양의 경전에 등장하는 신은 너무 포괄적이라 한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도교道敎의 경우 원시천존을 비롯하여 수많은 신들이 인간의 모습을 띠고 등장합니다. 바꾸어말하면 도교의 신은 인간처럼 육체를 갖고 의식 활동을 하는 인격신입니다. 이러한 인격신이 세상을 통제하는데, 특히 정성어린 마음으로 믿으면 신들은 거기에 감응하여 인간의 뜻을 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곧 일종의 신인감응설神人感應說이지요. 신인감응설은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으며, 신은인간에게 길흉을 내리기 때문에 결국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실제적 주인공은 신이라는 것이 도교의 가르침입니다. ◎ ◎그렇군요. 유교에서는 신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유교 경전인 사서四書(논어, 맹자, 중용, 대학)나 『주역周易』은 신을 언급하고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孔子(BCE 551~479)는 신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으나, 그는 『주역』 18번째 괘인 풍지관괘風地觀卦 단전彖傳에서 신神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신도를 관통해 봄에 사시가 어긋나지 않으니, 성인이 신도로써 가르침을 베풂에 천하가 복종하느니라[觀天之神道而四時不?하니 聖人以神道設敎而天下服矣니라].” 말없는 하늘은 신도를 통해 만물을 낳고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죠. 하늘은 신들의 힘에 의존하여 움직이는데, 그 결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갑니다. 성인은 이를 본받아 신도의 가르침을 베풀기 때문에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복종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신神’은 하늘의 인격성, 절대자 하느님의 의지, 변화를 일으키는 신의 공능, 인간의 영묘한 내면성이라는 다양한 뜻이내포되어 있는 것입니다.◎ ◎『주역』에서는 신의 존재와 역할을 긍정
하고 있군요.



??주역?? 뿐 아니라 ??시경??과 ??서경??에도 에도 상제上帝를 비롯한 인격적 천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종교적 믿음 대신 윤리도덕을 중시여기는 선진유학이 형성되면서부터 점차 신관이 경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신보다도 인간에게 무게를 두고 천리와 인성에 대한 인문주의가 싹튼 것입니다. 또 송나라 때 등장한 신유학, 즉 성리학을 정립한 주자朱子(1130~1200)와 일단의 성리학자들은 음양오행의 원리를 벗어난 이치는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에 자연을 이루고 있는 신, 신명을 많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신교神敎’를 종교사적인관점에서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요?

우리 한반도에 외래종교인 유교, 불교 등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고유한 신앙이 있었습니다. 신교는 문자 그대로 ‘신의 가르침’을 뜻하고, 구체적으로는 ‘신의 가르침으로 내 몸과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교라는 말은 『환단고기』에 실린 『단군세기』의 ‘이신시교以神施敎’, 조선 숙종 때 북애자가 저술한 『규원사화』의 ‘이신설교以神設敎’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교는 달리 신라시대에는‘풍류風流’라고도 불렸는데, 신라의 최치원은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인 풍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극히 신령한 도가 있는데 풍류라 하며, 이 종교를 일으킨 연원은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있거니와, 유불선의 기본 사상을 이미 가지고 있다. 모든 생명을 접하여 저절로 감화시킨다[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說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고운 최치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신교(풍류) 속에는 원래부터 유불선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며 한걸음 더나아가면 한민족의 신교를 바탕으로 동양의 유불선이 나왔다는 주장도 가능하게 됩니다.◎ ◎신교에서 받드는 궁극적인 신은 어떤 신이었습니까?

그 분은 인간과 천지만물을 모두 다스리는 통치자 하느님인 삼신상제님입니다. 우리 한민족의 신교 문화권에서는 천상의 하느님을 ‘상제님’ 또는 ‘삼신상제님’이라 불러왔습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본래는 ‘삼신일체상제三神一體上帝(삼신과 한 몸이신 상제님)’ 또는 ‘삼신즉일상제三神卽一上帝(삼신은 곧 한 분이신 상제님)’라고도 불렀습니다. 여기서 삼신이란 우주의 근원으로서의 신성神性을 말합니다. 대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궁극의 근거를 이르는 것이죠. 삼신은 우주 만물은 낳아 기르고(造化), 깨달음을 열어 주고(敎化), 질서있게 다스려 나가는(治化) 방식으로 작용하기 신적인 존재라 됩니다. ◎ ◎인간을 신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는 의미군요. 그런데 이러한 신교 사상이 기록되어 있는 한민족의 경전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신교 우주관의 정수를 수로서 기록한 「천부경天符經」, 신교의 신관이 집약된 「삼일신고三一神誥」, 신교의 인간론을 담은 「참전계경參佺戒經」이 그것입니다. 이 세 텍스트를 한민족의 창세 역사 문화의 3대 경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부경?과 ?삼일신고?는 앞에서도말씀드린 대로 ??환단고기??의 ??태백일사??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 ◎ ◎말씀대로라면 신교에는 우주관, 인간관, 신관의 삼박자가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신교는 어떠한 모습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나요?

??단군세기??에 의하면 신시 개천 이래로 매년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나라의 백성들이 모여 큰 대회를 열고 하느님의 덕을 찬양하고 감사의 제사를 올렸던 것이죠. ‘어아가’라는 노래가 남아 있는데 천제 행사시에 불렀던 노래였습니다. 또 고조선 11세 도해 단군 때에는 국선소도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천제를 올리는 종교적 성소였습니다. ??단군세기?? 기록에 의하면 그 국선소도에는 둘레에 박달나무를 많이 심고 그 가운데서 가장 큰 나무를 택하여 환웅상을 모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나무를 ‘웅상雄常’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환웅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지요.◎ ◎조금 전에 말씀해주신 소도는 신채호 선생이 말씀하신 수두와 같은 것이죠? 신채호 선생은 수두를 어떻게 풀이하고 있나요?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라는 책에 자세히 나옵니다. 조선족은 우주의 광명을 숭배하였는데 태백산(백두산)의 수림을 광명신의거처로 믿었다고 하죠. 이들이 후에 인구가 늘어나자 각지로 흩어져 살게 되었는데 각기거주지 부근에 수림을 길러 태백산의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그것을 ‘수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수두는 나무가 심겨진 신단인 셈이죠. 나무가 심겨진 성소라는 면에서는 신채호 선생의 설명과 ??단군세기??의 기록은 일치한다고 하겠습니다. 중국의 ??삼국지?? 같은사서에 보이는 ‘소도蘇塗’는 순우리말인 수두의 음역이라고 했습니다. ◎ ◎신채호 선생이 수두교 즉 한민족의 신교는 세계 여러 곳으로 전파되었다고 하셨는데 좀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민족의 신교가 세계 여러 곳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주장은 아닙니다. 다시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에 나오는내용을 말씀드릴게요. 최치원 선생이 언급한 것처럼 수두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선사??라는 책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망실되어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사서들에 수두교의 흔적이 산견된다고 단재 선생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 ?봉선서?에는 ‘삼일신은 천일, 지일, 태일이니 삼일의 가운데 태일이 최귀한 존재’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삼일신은 앞에서 말한 삼신인 것이죠. 굴원의 ??초사??에도 ‘동황태일東皇太一’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도 신교의 삼신을 숭배한 동방 제왕들의 일심 세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신채호 선생은 또 흉노 부왕의 하나인 휴도왕休屠王이수두의 제사의식을 맡은 사람으로 봅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한나라 무제 때 잡혀온 흉노 왕자 김일제의 아버지가 휴도왕이었습니다. 수두라는 말을 한자로 음역하다보니 ‘휴도’라는 의미 미상의 말이 생겨난 것일 뿐입니다. 신채호 선생의 말은 결국 신교는 흉노에게도전파되었다는 것입니다. 흉노는 지금의 몽골과 북중국 일대로부터 서진하여 중앙아시아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그 일부는 4세기 말 동유럽에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는데 바로 역사에서 유명한 훈족이죠. 그러니 한민족의 신교가 훈족의 이동로를 따라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개연성이 높았던 것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 ◎조금 우리의 주제와 벗어나기는 하지만 훈족에 대해 그 역사적 의미라 할까요 중요성을 간단히 말씀해주시죠.

훈족은 4세기 말부터 동유럽에 나타나 알란족, 고트족을 비롯한 많은 동유럽 지역의 족속들을 정복하고 동으로는 남러시아, 서로는 게르마니아 일대에 걸친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게르만족들이 여러 부족들로 나뉘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의 태반이 훈족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래서 오늘날의 독일 역사학자들은 훈족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또 그에 관한 책들도 많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훈제국은 한편으로는 로마제국의 동맹자로서 로마제국을 게르만 부족들로부터 지켜주는 보호자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로마로부터 공납을 받았죠. 금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로마가 약속한 공납의 이행을 하지 않거나 로마로 도망간 훈족 망명자들을 넘겨주지 않는 문제 등으로 로마제국과 충돌을 하게 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틸라 왕이 오늘날의 프랑스 땅인 갈리아까지 쳐들어간 것이죠. 당시 서로마 제국은 약화될 대로 약화되어 있어 여러게르만족들을 끌어들여 간신히 멸망을 면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오도아케르라는 게르만족 장군에 의해 망하게 되었죠. 일부 역사가들은 이 오도아케르를 훈족 출신으로 봅니다. 그 아버지가 아틸라왕의 심복인 에데코라는 사람이었거든요. 이 오도아케르가 서로마제국을 이은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 왕이었으며 그를 뒤이은 인물이 동고트족의 유명한 테오데리크 왕이었습니다. 지금도 당시 수도 역할을 했던 라벤나 시에 가면 테오데리크 묘소와 궁정 유적을 볼 수 있어요.◎ ◎책에 보면 아틸라왕은 결혼식 날 밤에 과음해서 죽은 것으로 나오던데 그가 죽은 후 훈제국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틸라는 갈리아와 이탈리아 원정 후 판노니아(현재의 헝가리)로 돌아와 젊고 아리따운 게르만족 처녀를 새로운 아내로 얻었는데 그 결혼식날 과음으로 피를 흘리고 죽었다고 요르다네스의 ??게티카??(고트족 역사)라는 사서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동로마제국에서 아틸라를 그 몇 년 전에 암살하려는 시도를 했던 사실을 고려해본다면 아틸라가 독살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좌우간 훈제국은 453년 아틸라가 죽으면서 급속히 붕괴하였습니다. 상속문제로 왕자들 사이의 내전이 벌어졌던 것이죠. 이제까지 훈족의 지배하에 있던 많은 게르만족들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독립하였습니다. 훈족도 그 본영이 있던 판노니아를 내어주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뉴브 하류 지역, 코카서스 북부 지역, 남러시아 초원지대 등으로 흩어졌는데 후일 동방에서 온 아바르족 연방에 흡수되었다가 7세기 초에는 쿠브라트라는 인물이 불가리아 대제국을 건설할 때 그 주역으로 참가하였습니다. 요컨대 불가리아는 훈족의 후예들이 건국한 나라였습니다. 이는 19세기에 발견된 ‘불가리아 왕 명부’에 그 2대 왕으로 아틸라의 아들 에르낙(이르닉)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종교로부터 시작해서 훈족의 이야기로 오늘 대담이 끝이 나게 되었네요. 사실 종교와 문명이라는 광대한 주제를 한 번의 대담으로 모두 다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회가 허락하면 다음에 더 자세한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핵심은 종교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종교부터 이해하는 것이 첩경이 될 것이다. 현재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의 상당 부분이 종교적 분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류의 평화적 공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교간의 대립과 갈등부터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를 위해서는 세계의 주요종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세계 종교에 대한 이해에 앞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옛 종교적 전통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인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만큼 한국의 옛 종교적 전통들에서 나온 ‘천부경’, ‘삼일신고’ 같은 경전들이 담겨 있는 ??환단고기??는 한국인들에게 더욱 더 귀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